최근 히말라야 베이스캠프 쪽에 쓰레기가 가득한 모습이 보여서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네팔 환경 보호 활동가들이 올라가서 찍은 이 사진이 공개되면서, 다시 에베레스트 환경부담금 문제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히말라야 등반가들의 쓰레기 투기 현실
많은 등반가들이 올라가기를 꿈꾸는 마칼루, 안나푸르나 등에서 몇 톤에 달하는 쓰레기들이 쌓여 있었고, 활동가들은 그중 일부를 수거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버린 쓰레기들을 몇몇의 활동가들이 치우기란 무리였습니다. 활동가들이 몇 톤의 쓰레기를 치웠지만 크게 달라진 모습은 보이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히말라야 정상에 쌓여 있는 쓰레기들은 산소통을 비롯해서 플라스틱 병, 텐트, 컵라면 용기, 과자 포장지 등이었습니다. 특히 네팔산악협회 NMA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EBC 트레킹 구간의 쓰레기를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있는데, 쓰레기의 절반 가량이 플라스틱이라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합니다.
EBC 트레킹 구간은 한국인들도 많이 찾아가는 곳이라, 한글이 쓰여진 제품 포장지들도 많이 눈에 띕니다. 이렇게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산을 '정복한다'라고 생각하는 마음가짐 때문이기도 합니다.
산을 정복 대상으로 보니까 약탈자의 마인드로 함부로 대하는 것입니다. 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산이 허락할 때 잠시 들어갔다 나오는 것입니다.
에베레스트 쓰레기 보증금 GDS
네팔 당국에서도 이미 오래전에 이런 쓰레기 투기 문제를 인식해서 관련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쓰레기 보증금' 제도입니다. 영어로 GDS, Garbage Deposit Scheme 이라고 합니다.
에베레스트를 등반할 경우에는 528,000 네팔 루피(약 530만 원)를 내야 하고, 다른 정상들의 경우에는 396,300 네팔 루피(약 397만 원)의 보증금을 내야 합니다. 1인당 납부하는 금액으로, 이 금액은 각자 8kg가량의 쓰레기를 가지고 돌아가면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돈입니다.
그렇지만 에베레스트나 안나푸르나 등의 정상을 등반하는 팀들은 이미 많은 금액을 후원받아서 지불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금액은 단지 '입장료' 정도로 인식합니다.
따라서 힘들다는 이유로 쓰레기를 되가져 가지 않고, 이 보증금을 그냥 날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네팔 정부 쪽에서는 또 쓰레기를 치우는 인력을 올려 보내야 됩니다. 그나마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이런 GDS 제도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관광 수입을 위해서 산을 못 올라가게 할 수도 없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이 보증금이 점점 더 오르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즉, 앞선 산악인들의 추태 때문에 뒤에 올라가는 사람들의 금액 부담이 더 커지는 것입니다.
히말라야 트레킹 쓰레기도 문제
유명한 산의 꼭대기들은 그나마 한정된 장소이고 올라가는 인원이 아직 그리 많지는 않다는 점에서 어떤 대책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더욱 문제인 쪽은 바로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입니다.
이쪽은 퍼밋을 받을 때 납부하는 환경부담금 외에는 특별한 쓰레기 관련 대책이 없기 때문에 더욱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남체, 로부체 등의 유명한 코스들에는 구석구석에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또한 늘어나는 관광객에 맞추어 숙소인 로지도 늘어난 추세입니다. 높은 지대의 숙소에서는 생활하수 처리도 문제입니다. 대체로 그냥 자연에 버리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트레킹 코스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컵라면 용기나 과자 봉지, 초콜렛, 핫팩, 생수병, 참치캔 등을 보면, 조만간 이쪽에도 정상에 올라가는 것처럼 '쓰레기 보증금' 제도가 도입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누구나 가볼 수 있었던 곳이 언젠가는 돈 없는 사람은 가볼 수 없는 곳이 되는 것입니다. 모두 앞선 사람들의 행태들이 이렇게 만든 것입니다.
산행보다 환경 보호가 우선
히말라야 산행은 이제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올라갔고, 사실은 베이스 캠프 정도는 돈만 있으면 쉽게 갈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히말라야 트레킹도 힘들다고는 하지만,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한 바퀴 돌 정도이고, 그중에는 큰 배낭 없이 그냥 산책하듯이 걷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코스 따라서 걷다가 숙소가 보이면 하루 묵어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히말라야 산행은 이제 더이상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저 풍경 좋은 곳으로 떠나는 관광일 뿐입니다. 그곳에도 주민이 있고, 동물이 있고, 자연이 있습니다. 따라서 여느 도시나 관광지를 가는 것처럼, 히말라야 또한 관광지로써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는 인식을 확고하게 교육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쓰레기를 되가져 올 생각이나 힘이 없다면 아예 가지 말라고 말려야 합니다. 물론 요즘은 트레킹 코스 곳곳에 쓰레기통이 놓여 있기도 하기 때문에, 아예 쓰레기를 계속 싸들고 다닐 필요도 없습니다.
쓰레기통이 없는 구간 동안만 쓰레기를 가지고 다니면 됩니다. 따라서 이제 쓰레기는 큰 문제가 되고 있으므로 산행의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올라가는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아무 흔적 없이 다녀오는 것이 훌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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